레티노이드 치료 실패의 주요 원인

여드름약 사용법에 대한 임상 관찰

3년간 여드름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25세 환자가 내원했습니다.

디페린, 에피듀오, 레틴에이 등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을 모두 사용해봤으나 개선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으나 얼굴이 빨개지고 따가워서 지속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제 피부가 약한 건가요?”

진료 중 확인한 바로는, 이 환자는 처음부터 매일 도포했고, 3주 후 피부 자극이 심해지자 약물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그 후 다른 레티노이드로 변경했으나 같은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피부가 약했던 것이 아니라, 적응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반복되는 치료 실패 패턴

레티노이드 처방 후 재진하는 환자들에게서 유사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초기부터 매일 도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주 전후로 피부 자극이 나타나면 이 약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중단합니다. 다른 약물로 변경 후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레티노이드의 임상적 효과가 명확히 입증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피부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레티노이드를 여드름 1차 치료제로 제시합니다. 12주 사용 시 면포가 평균 6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효과가 검증된 약물임에도 많은 환자가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피부 적응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드름의 발생 기전

레티노이드의 작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여드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단계: 피지 과다 분비

호르몬, 특히 안드로겐의 영향으로 피지선 활동이 증가합니다. 피지 분비량이 평소의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사춘기에 안드로겐 분비가 증가하면서 피지선이 자극받습니다. 피지선 세포막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에 호르몬이 결합하면 피지 생성이 촉진됩니다.

2단계: 모낭 각화 이상

모공 출구의 각질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응집됩니다. 정상적으로는 탈락해야 하는 각질세포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모공을 막습니다.

세포 간 연결 구조인 desmosomes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각질세포 생성 자체도 증가합니다. 결과적으로 피지가 모공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이것이 면포의 시작입니다.

3단계: 여드름균 증식

Cutibacterium acnes(구 명칭 Propionibacterium acnes)라는 세균이 막힌 모공 내에서 급격히 증식합니다. 산소가 없는 환경과 풍부한 피지는 이 혐기성 세균에게 최적의 조건입니다.

세균이 지방분해효소를 분비해 피지를 유리지방산으로 분해합니다. 유리지방산은 모낭 벽을 자극하고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화학주성 인자를 생성합니다. 세균 수가 평소의 100-1000배까지 증가합니다.

4단계: 염증 반응

면역세포들이 침입자에 반응해 모낭 주위로 모입니다. 호중구, 대식세포, T세포 등이 IL-1α, IL-8, TNF-α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이 염증 물질들이 모낭 벽을 손상시키고 주변 조직으로 확산됩니다. 모공 주변이 붉어지고 부어오르며 통증이 발생합니다. 심한 경우 진피 깊숙이 침습해 결절이나 낭종을 형성합니다.

레티노이드의 작용 기전

레티노이드는 비타민 A 유도체로, 피부에 도포되면 세포 내로 침투해 핵 내 수용체에 결합합니다.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줍니다.

이 약물이 중요한 이유는 여드름 발생의 여러 단계를 동시에 차단한다는 점입니다.

첫째, 모낭 각화를 정상화합니다. 각질세포의 응집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탈락을 유도합니다. 세포 증식도 조절해 과도한 각질 생성을 억제합니다. 막혔던 모공이 열리고, 기존 면포의 배출이 촉진되며, 새로운 면포 형성이 예방됩니다.

둘째, 염증 반응을 줄입니다. TLR-2 발현을 감소시키고, AP-1과 NF-κB 같은 전사인자를 억제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막습니다. 호중구의 chemotaxis도 감소시킵니다.

셋째, 피부 재생을 촉진합니다. 표피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조절해 피부 턴오버를 빠르게 합니다. 여드름 후 색소침착의 멜라닌 배출도 촉진합니다.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켜 피부 탄력 개선에도 기여합니다.

하나의 약물로 다층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레티노이드가 여드름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효과만큼, 피부가 약물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12주 치료 과정의 단계별 관찰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의 경과를 분석하면 일정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1-2주차: 도입 단계

초기부터 매일 도포하면 피부가 과도한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포 생성 주기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제 진료실에서는 대부분 격일 도포로 시작합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방식입니다. 환자의 피부 상태를 직접 관찰한 후 초기 빈도를 결정합니다.

세안 후 피부가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10-15분 대기 후 도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젖은 피부는 투과성이 높아 약물 흡수가 빨라지는데, 이는 효과뿐 아니라 자극도 증가시킵니다.

2주 후 첫 재진에서 초기 적응도를 평가합니다. 건조나 자극이 심하지 않으면 계속 진행하고, 증상이 있으면 빈도를 조정합니다.

3-4주차: 적응의 고비

피부가 어느 정도 적응하면 빈도를 증가시킵니다. 격일에서 매일로 전환하거나, 도포 부위를 확대합니다.

이 시기에 여드름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최근 4주 재진한 환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기하려고 했어요. 약 바르고 나서 여드름이 더 올라오니까요. 하지만 정상 반응이라는 설명을 듣고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이는 피부 아래 잠복해 있던 면포들이 빠르게 표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정상적으로는 수주에 걸쳐 천천히 나타날 병변들이 레티노이드의 각질 제거 효과로 한꺼번에 배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임상 경험상, 이 시기를 견딘 환자들은 6주차쯤부터 확실한 개선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많은 환자가 바로 이 시점에 치료를 중단하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5-8주차: 변화 시작

6주 재진에서는 좀 나아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여드름 발생이 감소하고, 기존 병변의 회복이 빨라집니다. 피부 표면이 더 매끄러워지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8주 재진에서는 객관적 지표로도 호전이 확인됩니다. 면포 개수가 감소하고 염증성 병변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12주차: 치료 효과 평가

12주 재진 시점에는 변화가 명확히 관찰됩니다. 거울로 봤을 때 개선이 눈에 띈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4주차에 포기를 고려했던 환자는 12주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중단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치료 중 발생 가능한 문제와 대응

건조 및 각질

가장 흔한 반응입니다. 피부 턴오버 가속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보습제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세라마이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피부 장벽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레티노이드 도포 전 보습제를 먼저 바르는 buffering 기법도 있는데, 자극을 줄이면서도 효과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반 및 자극감

피부 민감도가 증가하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2-4주 사이에 많이 경험합니다.

증상이 심하면 일시적으로 사용 빈도를 줄입니다. 매일에서 격일로 전환하거나, 2-3일 정도 휴약기를 둡니다. 대부분 2-3주 지나면 적응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 재진을 통해 농도를 낮추거나 제형을 변경하거나 다른 레티노이드로 전환을 고려합니다. 같은 농도라도 크림 제형이 겔보다 자극이 적은 경향이 있습니다.

광과민성

레티노이드 사용 중에는 자외선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피부 턴오버 가속으로 각질층이 얇아지고, 새로 생성된 세포는 아직 멜라닌 보호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SPF 50 이상 자외선차단제의 매일 사용을 권장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홍반이 악화되거나 염증 후 색소침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레티노이드는 저녁에만 사용하고, 아침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반드시 도포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른 제품과의 병용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같은 성분은 레티노이드와 병용 가능합니다. 오히려 건조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농도 AHA/BHA(글리콜산, 살리실산), 물리적 스크럽, 고농도 비타민C(LAA 형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극이 중복되어 피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용하려면 아침에 비타민C, 저녁에 레티노이드로 시간을 분리하거나, 레티노이드 적응 후(8-12주 후)에 추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증상에 따라 레티노이드와 다른 성분을 조합한 복합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아다팔렌과 벤조일퍼옥사이드를 결합한 제품이 그 예입니다. 이 경우 두 성분이 안정적으로 배합되어 있어 단독 사용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의사 판단이 필요한 이유

같은 레티노이드라는 이름이 붙어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개발 시기에 따라 1세대(tretinoin, isotretinoin, alitretinoin), 2세대(etretinate, acitretin), 3세대(adapalene, tazarotene), 4세대(trifarotene)로 분류됩니다. 각각 수용체 선택성, 안정성, 자극도가 다릅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농도에 따라 효과와 자극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tretinoin은 0.01%, 0.025%, 0.05%, 0.1% 등 다양한 농도가 있습니다. 낮은 농도로 시작해서 적응되면 농도를 높이는 단계적 접근도 가능합니다.

제형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겔, 크림, 로션, 마이크로스피어 제형 등이 있으며, 피부 흡수율과 자극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겔이 효과는 빠르지만 자극이 강하고, 크림이 순하지만 효과는 조금 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약물 선택 시 고려하는 요소들:

현재 피부 상태 (면포 위주인지, 염증이 심한지, 광범위한지)

피부 타입 (지성, 건성, 복합성, 민감성)

레티노이드 사용 경험과 반응

다른 성분과의 조합 필요성 (벤조일퍼옥사이드, 항생제 등)

임신 가능성 (임신 중이거나 계획 중이면 일부 레티노이드는 금기)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적합한 약물과 농도를 선택합니다.

처방 후에도 2-4주 간격으로 경과를 관찰합니다. 개인별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시 농도나 빈도나 제형을 조정합니다. 부작용이 심하면 다른 레티노이드로 전환하기도 하고, 효과가 좋으면 유지하면서 다른 치료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여드름에는 이 약이라고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바르는 약의 한계

바르는 약으로 모든 여드름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제 경험상 경증에서 중등증 여드름의 약 70%는 바르는 약으로 조절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3개월 정도 적절하게 사용했는데도 충분한 효과가 없다면, 먹는 약을 고려해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

크고 깊은 여드름(결절, 낭종)이 반복적으로 발생

등이나 가슴까지 광범위하게 분포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패턴

생리 주기와 밀접하게 연관

여드름 후 흉터가 심하게 남아 우려되는 경우

항생제, 이소트레티노인, 호르몬 치료 같은 전신 치료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결론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다음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부터 매일 도포했는지

3-4주차의 일시적 악화 시기에 중단했는지

12주를 채우기 전에 효과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러한 패턴에 해당한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 하기보다는, 정기적인 재진을 통해 경과를 함께 관찰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권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3년간 약물을 바꿔가며 치료받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처럼, 많은 분들이 조금만 더 지속하면 개선될 수 있는 시점에서 중단하는 것을 봅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치료 시작 전 준비사항

□ 피부과 진료 예약

□ 현재 사용 중인 화장품 목록 정리

□ 임신 계획 유무 확인

□ 보습제 준비

□ 자외선차단제 SPF 50 이상 준비

□ 재진 일정 달력에 표시 (2주, 4주, 6주, 8주, 12주)

본 칼럼은 임상 경험과 의학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개인별 피부 상태는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직접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다음 칼럼: 바르는 약으로 3개월, 여전히 개선 없다면 – 먹는 여드름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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