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자 혈액치료, 70년의 기록을 다시 읽다

광양자 혈액치료, 70년의 기록을 다시 읽다
–자외선 혈액조사(UBI, 포톤치료)의 역사와 현대 의학의 재조명
본 칼럼은 광양자 혈액치료(UBI)에 관한 의학 문헌 고찰을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치료 여부는 충분한 진료와 상담을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막막한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는데 환자는 엄청 힘들어하는 경우입니다. 진단명도 없고,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는데 증상은 점점 확대됩니다. 면역이 무너지면서 몸이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 같은 상태입니다. 그런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료실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를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개체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을 되찾게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있을까. 그 답을 찾다가 70년 전 문헌들을 다시 꺼내게 됐습니다.
광양자 혈액치료(자외선 혈액조사, UBI, 포톤치료)입니다. 채혈한 혈액을 자외선에 노출시킨 뒤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광양자치료 또는 포톤치료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하 광양자 혈액치료로 통일해 서술합니다.
이 칼럼은 이 치료법을 소개하거나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70년간 쌓인 문헌 기록을 살펴보고, 현대 의학의 시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고찰하는 글입니다.

1. 왜 지금 이 치료가 다시 주목받는가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제내성균을 인류 건강에 대한 10대 위협 중 하나로 다시 선정했습니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이른바 슈퍼버그의 등장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신규 항생제 개발은 정체돼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승인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존 항생제를 변형하는 수준의 개발이 대부분이며, 근본적으로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항생제는 수십 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항생제 이전 시대의 감염 치료 방법들이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광양자 혈액치료입니다. 하버드대 포토메디신 연구자 Hamblin은 2017년 저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 “모든 알려진 항생제에 내성인 세균이 등장한 지금, UBI를 감염 및 면역조절 치료로 재조사해야 한다.” — Hamblin MR, Ultraviolet Irradiation of Blood: The Cure That Time Forgot? Adv Exp Med Biol. 2017 |
이것이 이 치료법을 다시 꺼내드는 맥락입니다. 항생제를 대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치료의 한계가 명확한 영역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2. 70년의 기록 — 잊혀진 배경과 재조명
1928년, 첫 번째 보고
광양자 혈액치료의 첫 임상 보고는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위생적 시술 후 발생한 패혈증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였습니다. 당시 의료진은 마지막 선택으로 환자 혈액 일부를 체외로 빼내어 자외선에 조사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분 내에 청색증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환자는 이후 완전히 회복됐다고 기록됐습니다. 근거가 충분했던 것이 아니라, 절박한 상황에서의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첫 보고는 이후 본격적인 연구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항생제 시대의 도래와 망각
1928년 이후 1940년대까지, 광양자 혈액치료는 중증 감염 치료에 활발히 사용됐습니다. American Journal of Surgery를 비롯한 주요 의학 저널에 임상 보고가 축적됐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 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같은 강력한 항생제가 등장했습니다. 복잡한 혈액 조사 절차 없이 주사 몇 방으로 감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광양자 혈액치료는 급속히 의료 현장에서 사라졌고, the cure that time forgot, 시간이 잊어버린 치료법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동구권의 지속적 연구
그러나 모든 곳에서 잊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은 1970~80년대까지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패혈증, 바이러스 감염, 관절염, 순환장애 등 다양한 분야에 광양자 혈액치료를 적용한 논문들이 자국어로 발표됐습니다.
냉전 시대의 과학 교류 단절과 언어 장벽으로 이들 연구는 서구에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최근 일부 문헌이 번역되면서 새로운 데이터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국가 가이드라인에 광양자 혈액치료가 포함돼 감염성 질환 및 순환장애 치료에 활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효과가 전혀 없는 치료였다면 동구권에서도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3.광양자 혈액치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현재까지 밝혀진 기전
광양자 혈액치료가 오랫동안 주류 의학에서 수용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작용 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치료하는 것처럼 보이는 치료법은 회의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현대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복합적 기전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2023년 Sozarukova 연구팀은 광양자 혈액치료가 혈장 단백질(알부민, 면역글로불린)의 구조 변화를 통해 항산화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습니다.
| 작용 경로 | 내용 | 의미 |
| 직접 살균 | UV-C가 세균·바이러스 DNA를 물리적으로 손상 | 항생제 내성균에도 동일하게 적용 |
| 면역 활성화 | 호중구 살균력 강화, 탐식세포 기능 증강 | 감염 저항력 향상 |
| 염증 조절 | 과활성 림프구 억제, 항염증 사이토카인 증가 | 자가면역·만성염증 완화 |
| 혈액순환 개선 | 혈액 점도 감소, NO 방출, 적혈구 변형능 향상 | 조직 산소 공급 증가 |
프로토콜 의존성 — 조건이 맞아야 한다
광양자 혈액치료 연구에서 일관되게 관찰된 것이 있습니다. 방법을 정확히 지켰을 때만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Knott는 혈액의 5~7%만 자외선에 노출해도 전신 효과가 나타나며, 더 많이 처리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단순히 혈액을 멸균하는 것 이상의 면역학적 기전이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소량의 혈액에 자외선 자극을 가함으로써 면역계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해됩니다.
| 현대 프로토콜 개요 (문헌 기준) 혈액 채취량: 80~120mL (채취 과정에서 1차 자외선 노출) 산소 주입: 채취된 혈액에 산소 혼합 재주입: 한 방울씩 천천히, 2차 자외선 노출 소요 시간: 약 30분 ※ 프로토콜 정확성이 효과의 일관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
4. 문헌 기록이 말하는 것 — 그리고 한계
패턴의 일관성
1947년 Miley와 Christensen은 445례의 급성 화농성 감염 치료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축적한 기록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사례에서도 유사한 경과가 보고됐다는 기술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이 기록들은 대조군이 없는 관찰 보고 수준이며,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한두 명이 좋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례에서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여러 의사가, 여러 병원에서, 여러 해 동안 비슷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특히 프로토콜을 정확히 지켰을 때만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합니다
이 문헌들을 현대 근거기반의학(EBM) 기준으로 평가하면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 현대 기준에서 이 연구들의 한계 대조군 없음 — 치료받지 않은 비교 그룹이 없어 자연 회복률을 감안할 수 없습니다 맹검 없음 — 의사와 환자 모두 치료 내용을 알고 있어 플라시보 효과 개입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판 편향 — 성공 사례 위주로 보고되고 실패 사례는 발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Case series 수준 — 무작위 배정이 없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설계가 아닙니다 ※ 이러한 한계들은 UBI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며, 현재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
현재 광양자 혈액치료는 FDA 승인 표준 치료가 아닙니다. 무작위 대조시험이 부족합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패턴의 일관성, 프로토콜 의존성의 명확함, 여러 독립적 보고의 유사성은 추가 연구를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러시아 등 동구권에서는 수십 년간 임상 경험이 축적돼 있으며, 최근 소규모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들이 서구 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5. 이 글이 닿았으면 하는 분들께
오랫동안 같은 치료를 반복하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준 치료를 성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기존 치료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다른 선택지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칼럼은 그런 분들을 위해 썼습니다.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70년의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 현재 분자생물학 연구가 어디까지 기전을 밝혀가고 있는지를 알고 나서 판단하는 것과, 모르고 판단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의 재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치료가 모든 분께 맞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건강 상태, 기존 치료 경과, 기저질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적합 여부가 달라집니다.
현재까지의 보고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드뭅니다. 다만 프로토콜 준수가 안전성의 전제 조건이며, 개인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마치며 — 신중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
광양자 혈액치료는 만병통치가 아닙니다. 현대 기준의 무작위 대조시험이 부족하고,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70년 전 수백 례의 일관된 패턴, 프로토콜 의존성의 명확함, 여러 독립적 보고의 유사성, 그리고 현대 분자생물학 연구가 하나씩 밝혀가고 있는 기전들은 이 치료법을 단순히 낡은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항생제 내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70년 전 잊혀진 치료법을 현대 과학으로 엄밀하게 검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프로토콜 확립, 현대적 대규모 임상시험, 명확한 적응증 규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현재 이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표준 치료 시도 여부, 현재 건강 상태, 기저질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치료 효과를 보장할 수 없으며, 개인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이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함께 경과를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살펴가는 과정에서 의미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여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같이 지켜보겠습니다.
참고문헌
1. Hamblin MR. Ultraviolet Irradiation of Blood: The Cure That Time Forgot? Adv Exp Med Biol. 2017;996:295-309.
2. Sozarukova MM, et al. Effect of Low-Dose Line-Spectrum and Full-Spectrum UV on Major Humoral Components of Human Blood. Molecules. 2023;28(12):4646.
3. Scherf HP, et al. UV-irradiated autologous blood in arterial occlusive disease. Z Gesamte Inn Med. 1983;38(4):106-9.
4. Kuenstner JT, et al. Resolution of Crohn’s Disease and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following Treatment of Paratuberculosis. World J Gastroenterol. 2015;21(13):4048-62.
5. McGrath H. Ultraviolet-A1 Irradiation Therapy for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Lupus. 2017;26(9):1013.
6. Miley G, Christensen JA. Ultraviolet blood irradiation therapy in acute pyogenic infections. Am J Surg. 1947.
본 칼럼은 의학 문헌을 바탕으로 한 학술적 고찰이며, 특정 치료의 효과를 보장하거나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광양자 혈액치료는 현재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않은 시술이며, 치료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본 칼럼은 광양자 혈액치료에 관한 문헌 고찰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관련 주제는 순차적으로 다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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