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염증과 광양자치료-— 아픈 곳은 하나인데 불편한 곳은 여러 군데일 때

만성염증과 광양자치료- 만성염증은 한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만성 염증을 배경으로 하는 질환을 오래 진료하다 보면 한 가지 물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정 부위를 목표로 접근했는데 다른 부위의 불편이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왜 생기는가 하는 것입니다.

관절 문제로 상담을 시작한 분이 수면이나 눈의 뻑뻑함에 대해 말씀하시기도 하고, 피부 문제로 오신 분이 다른 부위의 불편을 함께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진단명은 하나인데 실제로 불편한 곳은 여러 군데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장기를 따로 보는 대신, 그 장기들이 공통으로 기대고 있는 것을 살펴봐야 합니다. 혈액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진료과가 다르고 증상도 전혀 다릅니다. 그러나 이 질환들에는 공통된 배경이 하나 있습니다. 만성 염증입니다.

만성질환은 하나의 공통된 과정을 공유한다는 이미지

2019년 Nature Medicine에 실린 대규모 문헌 정리에서, 연구진은 만성 염증을 배경으로 하는 질환군을 나열했습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 만성 신장 질환, 자가면역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그리고 암이었습니다.

심장과 신장과 뇌는 서로 멀리 떨어진 장기입니다. 그런데 이 장기들에서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마다 드러나는 증상은 다르지만, 그 아래에 흐르는 것은 같은 과정입니다.

일반적인 생리학에서 급성 염증은 손상이나 감염이 일어난 부위에 머뭅니다. 손을 베었을 때 그 부위가 붉어지고 부어오르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만성 염증은 성격이 다릅니다. 염증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매개물질들이 혈류를 타고 순환하면서, 처음 문제가 시작된 부위를 벗어나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급성염증과 만성염증의 차이를 보여주는이미지

혈액은 심장에서 나가 폐를 거쳐 온몸을 돕니다. 뇌와 간과 신장을 지나 손끝과 발끝까지 닿았다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옵니다. 성인의 혈액은 1분 남짓이면 몸을 한 바퀴 순환합니다. 염증 매개물질도 이 흐름을 따라 함께 이동합니다.

그러므로 만성 염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몸에서, 염증은 진단명이 붙은 그 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염증이 만성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급성 염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스스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염증을 일으킨 세포들이 물러나고, 손상된 조직이 정리되고, 회복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원인이 계속 남아 있거나 마무리하는 과정 자체가 원활하지 않으면 염증은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발열이나 통증은 뚜렷하지 않은데, 혈액 속에서는 염증 관련 물질이 기준보다 조금 높은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러한 상태를 두고 낮은 강도의 만성 염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상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오래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강도는 낮지만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지면서 혈관과 조직에 누적된 영향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양자치료는 혈액을 일정량 뽑아 자외선을 쬔 뒤 다시 몸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입니다. 1928년 사람에게 처음 시행된 기록이 남아 있고, 항생제가 보급되기 전인 1940년대에 미국에서 감염 질환에 널리 쓰였습니다.

광양자치료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에 처리하는 혈액은 몸 전체 혈액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신에 걸친 변화가 관찰되어 왔습니다.

이 점은 이 치료의 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만약 혈액 속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직접 없애는 것이 전부라면, 일부만 처리해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처리된 혈액이 몸으로 돌아간 뒤에 다른 무언가가 이어진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하버드 의대의 Hamblin은 이 치료에 관한 문헌 전체를 정리한 고찰에서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직접적인 살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면역계 전반의 조절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만성 염증 상태에 있는 환자의 혈액에서는 면역복합체라는 물질이 늘어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체와 항원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물질인데, 혈류를 타고 돌다가 혈관벽이나 조직에 가라앉아 염증 반응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복합체가형성된후 인체내 다양한곳에서 새로운 염증반응을 유발한다는 이미지

이 물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가라앉는 위치 때문입니다. 혈관벽이나 신장의 사구체, 관절의 활막처럼 혈류가 지나는 곳에 쌓이면 그 부위에서 다시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처음 염증을 일으킨 원인이 사라진 뒤에도 염증이 이어지는 경로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염증이 잘 가라앉지 않고 오래 끄는 환자에게서 이 물질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89년 러시아 연구진은 만성 염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혈액에 자외선을 조사했을 때 이 면역복합체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습니다. 크기가 큰 면역복합체와 작은 면역복합체 모두, 이 연구에서 다룬 범위 안에서는 조사량이 늘어날수록 농도가 줄어드는 관계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시험관 속 세포나 실험동물이 아니라 실제로 만성 염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액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자료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이는 혈액 속 물질의 변화를 관찰한 기초 연구이며, 특정 질환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밝혀둡니다.

혈류를 타고 도는 염증 매개물질, 그리고 그 염증을 지속시키는 면역복합체의 감소를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광양자치료를 통한 작은 자극이 전신적 면역조절에 영향을 줄수있다는 임상사례

광양자치료는 관절이나 피부나 장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겨냥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모든 장기에 공통으로 닿아 있는 혈액, 그리고 그 혈액을 타고 도는 염증 반응 자체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적은 환자분처럼 치료를 시작한 이유 외에 다른 부위에서도 변화가 관찰되는 것은, 특정 장기를 겨냥한 결과가 아니라 여러 장기가 공유하는 배경이 함께 움직인 결과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같은 속도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관찰되는 패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염증이 진행 중인 상태와 이미 조직의 형태가 변한 상태는 경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신경 손상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생긴 관절 구축이나 발목이 처지는 상태처럼 구조가 고정된 경우에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급성진행중인 염증에서와 만성적경과후의 굳어지구조에서는 치료과정과 반응이 달라질수있음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기록이 문헌에도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초기 치료자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질환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진행된 경우에는 결과가 들쭉날쭉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같은 진단명을 가진 환자라도 초기와 진행기가 갈렸다는 뜻입니다.

이 관찰들을 이어 붙이면 한 가지 짐작이 가능해집니다. 이 치료가 관여하는 대상이 진행 중인 염증 반응이라면, 그 반응이 한창일 때는 작용할 여지가 있고 이미 조직이 굳어 형태가 바뀐 뒤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관절 구축은 염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서로 다른 관찰을 이어 붙인 추정이며, 이를 직접 확인한 연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염증이라는 공통된 배경에 관여한다는 관점은 여러 문헌에서 제시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를 개별 환자의 경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반응의 시점과 크기는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같은 진단명을 가진 환자라도 질환이 진행된 정도, 함께 앓고 있는 다른 질환, 복용 중인 약, 생활 습관에 따라 경과가 달라집니다.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헌에 기록된 내용이 자신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리라고 미리 판단하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어떤 상태에 어떤 접근이 적절한지는 진찰과 검사를 거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치료법이 표준 치료로 인정받으려면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과 다기관 재현 연구, 그리고 규제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면역복합체 연구는 그 이전 단계인 기초 연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치료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표준 치료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도 이 치료를 단독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존에 다니시던 병원의 치료와 복용 중인 약은 그대로 유지하시도록 하고, 그 위에 병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염증이 여러 장기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이, 모든 염증성 질환에 이 치료가 똑같이 적용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만성 염증을 배경으로 하는 상태에서는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염증을 지속시키는 조건이 생활 속에 남아 있으면, 가라앉혔던 것이 다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늘 말씀드리는 것이 운동과 식사, 수면, 그리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입니다. 다만 무엇을 어느 만큼 권할지는 환자의 상태와 형편에 따라 다릅니다. 무릎이 아픈 분에게 강도 높은 운동을 권할 수 없고, 돌봐야 할 가족이 있는 분에게 일과를 통째로 바꾸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 판단도 진료의 일부입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순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통증이나 가려움이 심한 상태에서는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을 권해도 실행이 어렵습니다. 불편이 어느 정도 줄어든 뒤에야 그러한 변화가 가능해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직접 진찰이 필요한 이유

통증이나 가려움, 반복되는 감염처럼 오래 이어지는 증상에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원인입니다.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퇴행성 변화인지 염증성 관절염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지고, 전신에 가려움이 있을 때는 간과 담도, 신장, 갑상선, 혈액 질환에서 비롯된 경우를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 진단이 서기 전에 증상만 다루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병행할지, 병행한다면 어떤 간격으로 얼마 동안 할지도 환자마다 다릅니다. 앞에 적은 분들에게 적용한 횟수와 간격이 서로 달랐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진찰과 검사를 통해 판단하고, 경과를 보면서 조정합니다.

마무리하며

오래 낫지 않는 증상을 안고 지내다 보면, 이것이 원래 내 몸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설치는 것도, 아침마다 몸이 무거운 것도 나이 탓으로 넘기게 됩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불편일수록 따로 말씀하지 않고 넘어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확한 진단은 직접 진료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함께 경과를 지켜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여정을 함께 가겠습니다.

참고 문헌

1. Furman D, et al. Chronic inflammation in the etiology of disease across the life span. Nat Med. 2019;25(12):1822-1832.

2. Ivanov EM, Kapshienko IN, Tril NM. Effect of the UV irradiation of autologous blood on the humoral link in the immune response of patients with chronic inflammatory processes. Vopr Kurortol Fizioter Lech Fiz Kult. 1989;(1):45-47.

3. Hamblin MR. Ultraviolet irradiation of blood: the cure that time forgot? Adv Exp Med Biol. 2017;996:295-309.

안내드립니다

이 글은 만성 염증과 광양자치료에 관한 의학 문헌을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정보성 자료입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보증하거나 특정 치료를 권유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며,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소개한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 관찰 연구이거나 기초 연구 단계의 자료로, 증상과 경과에는 개인차가 크고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치료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의료진의 직접 진찰을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염증과 맞물려 돌아가는 산화 스트레스를 다룰 예정입니다. 흔히 해독이라고 부르는 것이 몸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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